
【連載VOL.49】KOREA DO?江陵編【「烏竹軒(オジュコン)」記憶の庭を歩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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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週は、江陵在住でBTSも訪れたクラフトビール店オーナー、キムさんのコリア通信です。
江陵の代表的な遺跡で感じる歴史と思い
15年ぶりに再び訪れた烏竹軒(オジュコン)を歩く間、私は「記憶の奥深く」を一歩ずつたどるような気分でした。
時は流れましたが、烏竹軒は依然として黒い竹の影の下で静かにその場所を守っていました。
しかし、以前とは異なり、より整然として体系的になり、今では単なる遺跡ではなく、生きている空間のように感じられました。
特に印象深かったのは、屋外庭園に造られた申師任堂(シン・サイムダン)の絵画植物庭園でした。
烏竹軒は博物館のように静かでしたが、その静けさの中には長い年月が刻まれていました。
庭の石一つ、竹の一本にも、誰かの待ち侘びる想いと願いが宿っていました。
多くの人が栗谷李珥(ユルゴク・イイ)の学問的業績を偲んでここを訪れますが、私はむしろ彼の母親が残した一枚の絵の前で、長い間立ち止まっていました。
自然を模した彼女の画布は強烈ではありませんが、静かな人生の姿を示していました。
その姿は、烏竹軒の竹が黙々と耐えてきた時間とも似ていました。
黒い竹が激しい風にも折れず、影の中でも自分の色を失わないように、私もそう生きられるだろうか、と突然、自分に静かに問いかけてみました。
この地を去る前、最後に竹林をゆっくりと歩きました。
竹の葉が互いに触れ合い、私に挨拶を送り、その葉の隙間から差し込んだ日差しは軽く散り、長く温かかったです。
光は時に劇的に現れるよりも、このように静かに滲み込む時の方が、むしろ深く感じられます。
烏竹軒は私に小さく静かに囁きました。
「一人の人生は偉大な足跡だけにあるのではなく、その人の空間に染み込んでいるものだ」
その日、私は烏竹軒で、偉人よりも人、歴史よりも心、竹よりも風を記憶しました。
脚注
烏竹軒(オジュクホン)は、朝鮮時代を代表する女性芸術家申師任堂(シン・サイムダン)と、彼女の息子で儒教学の大家、栗谷李珥(ユルゴク・イイ)が生まれた家です。
両人物は現在、韓国紙幣の肖像(5万ウォン券のシン・サイムダン、5千ウォン券のユルゴク・イイ)として登場しています。
江陵市に位置するこの古民家は、宝物第165号に指定されており、朝鮮時代の住宅建築の原型を良く残した貴重な文化遺産です。
原文掲載
강릉 오죽헌, 기억의 정원을 걷다
15년 만에 다시 찾은 오죽헌을 걷는 동안, 나는 ‘기억의 안쪽’을 한 걸음씩 되짚어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오죽헌은 여전히 검은 대나무의 그늘 아래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더 정갈해졌고 체계적이었으며, 이제는 단지 유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야외 정원에 조성된 신사임당의 회화 식물 정원이었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하나하나 심어 놓은 이 공간을 거닐다 보면, 신사임당이 식물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왜 자연을 그렇게 섬세하게 담아냈는지 그녀의 눈과 감각에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었습니다.
오죽헌은 박물관처럼 조용했지만 그 정적 속에는 오랜 시간이 묻어 있었습니다.
마당의 돌 하나 대나무 한 줄기에도 누군가의 기다림과 바람이 서려 있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율곡 이이의 학문적 업적을 떠올리며 이곳을 찾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어머니가 남긴 그림 한 장 앞에서 오래도록 멈춰 서 있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그녀의 화폭은 강렬하지 않지만 묵묵한 생의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모습은 오죽헌의 대나무들이 말없이 견뎌온 시간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검은 대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그늘 속에서도 자기 색을 잃지 않듯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문득 그렇게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이곳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대나무숲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대나뭇잎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게 인사를 건네고 그 잎사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가볍게 부서지며 오래도록 따뜻했습니다. 빛은 때로 극적으로 등장하기보다 이렇게 조용히 스며들 때 오히려 더 깊이 체감됩니다.
오죽헌은 내게 작고 조용하게 속삭였습니다. “한 사람의 삶은 위대한 발자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공간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날 나는 오죽헌에서 위인보다 사람을, 역사보다 마음을, 대나무보다 바람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 각주 >
오죽헌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 신사임당과, 그녀의 아들이자 성리학의 대가 율곡 이이가 태어난 집으로, 두 인물 모두 현재 우리나라 화폐 속 인물(5만 원권의 신사임당, 5천 원권의 율곡 이이)로 등장합니다.
강릉시에 위치한 이 고택은 보물 제16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조선 시대 주거 건축의 원형을 잘 간직한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